늦게 쓰는 일기. 02

2006년 12월 6일(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홍보실장 교류회 송년회


정장을 입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울은 추울꺼야'라는 변명을 만들며 어디 먼 곳으로라도 떠나는 '겨울 나그네'처럼 코트를 걸치고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기차에 올랐다.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이의 복장과 마음으로 기차를 기다렸다.

3주 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입에 물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 기차의 느낌이 새롭다. 3년간 끊었던 담배를 이렇게 다시 피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보니 이런 복장에 평일날의 원정이 얼마만이던가.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담배 연기와 볼살을 스치는 찬바람이 싫지 않다.

약간의 설레임과 적당한 긴장감과 휴일도 아닌 평일에, 비록 출장이라도 오늘 하루는 여행자의 기분으로 떠났다 돌아올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겨울 햇살에 졸거나,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에도 나는 고마워 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이 '툭'하고 끊어진 것처럼 나른한 시간을 즐긴다. 돌아올 생각이나, 책상 위에 잔뜩 올라올 결제서류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애써 생각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되어 진다.

이대로 영원히 떠나야 한다면 나는 어느 역에서 내려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떤 풍광을 만나고 어떤 길을 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어차피 돌아올 길이지만 생각만이라도 멀리 멀리 떠난다. 그리고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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