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과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에게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천국과 지옥> 연출을 맡긴건 주효한 것 같다. 사극뿐만 아니라 현대극에도 탁월함을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을 봉준호 감독이 설명하는 자리에서 '대가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자신이 없음'을, 그리고 단호하게 거절하였음을 이야기했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서 드는 두 가지 느낌은 오랜 과거에 제작된 영화가 주는 세월의 낯설음과 함께 그의 영화를 보면서 빠져들게 되는, 급기야는 시간을 뛰어넘어, 적어도 시간을 잊어 버리게 만드는 아직도 유효한 연출력과 영화적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1963년 <천국과 지옥>은 수사 스릴러물이 줄 수 있는 어떤 전형을 만들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재창조되고 있으니, 거장은 장르를 만들고 장르를 파괴하고, 장르의 전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왜 구로자와 아키라를 거장이라고 칭하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과 봉준호 감독을 떠올리면서 드는 생각은 전자는 장르의 전형을 만들었고, 후자는 그 전형을 토대로 지극히 충실하게 장르적인 요소들을 배치하고 인용하여 견고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장르를 넘나들고, 장르를 파괴하며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어 훌륭한 반응들을 이끌어 냈던 영화 감독이 있는 반면에 봉준호 감독은 그 반대 지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극에서 수사 스릴러물에서도 탁월함을 보였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었다면 현대물에서 커다란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혹 사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봉준호 감독이 만드는 사극이라는 또 다른 재미가 떠오른다. 봉준호 감독의 사극을 기대하며.

덧글

  • 데모니슈 2010/04/19 00:36 # 삭제 답글

    봉준호 감독님 개인적인 취향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중에 한분인데...
    다른 블로그에서 '천국과 지옥'에 대해 자세히 읽어보고 왔는데 좋은 작품인거 같더군요.
    봐야겠다는 생각이..^^*
    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영화중에 본 작품이 '라쇼몽'밖에 없네요. 생각보단 어찌보면 단순한 내용이었는데, 한가지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게 재미있었죠. 결국 바탕에 깔린 팩트는 단순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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