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鱗, 비늘) - 生活의 再發見 : '작가노트' 초안

          전시작품 중에서


전시 날짜가 임박해져 오고, 팜플렛 작업을 위한 <작가노트> 초안을 작성했다.
전시제목은 린(鱗, 비늘) - 生活의 再發見으로 정하고, 린() 연작 시리즈로 1년에 한번씩 부제목을 바꿔가면서 전시할 예정이다.




개활지에서 띄우는 엽서 한 장

  '서정적(抒情的, lyrical)이라는 말의 뜻을 개성적이고 독특한 의미로써 생각하고 있다'라는 임어당(林語堂)의 말처럼 내가 나의 삶과 그 주변의 풍경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정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다.


  '흔한 풍경'은 나의 서정적인 시각을 통해 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자세를 획득하게 된다. 어느 한 순간을 예리한 칼날로 도려낸 듯한 것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고 오랜 먼지를 뒤집어쓴 다음에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鱗)들이다. 그리고 이 비늘들을 수집하러 가는 행위를 나는 '카메라를 둘러맨 산책(散策)'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우연히 잘못 접어든 개활지의 어느 길에서 나는 예전의 잊혀졌던 풍경을 만났다. 어릴 적 이사왔던 옛집의 기억과도 같이 과거의 기억과 맞닿아 있는 풍경들을 골목길 담벼락의 낙서를 확인하며 주소(住所)를 살피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 다니곤 했었다. '주소를 살피는 것'은 어릴적 기억을 더듬는 것이며, 2년여 동안 조금씩 돌아다니며 모아왔던 비늘들을 담아 개활지에서 엽서 한 장 띄운다.



린잠우상(鱗潛羽翔)

비늘 있는 고기는 물 속에 잠기고 날개 있는 새는 공중(空中)에 난다.



  잘 갈아 엎은 들판에 농부는 씨를 뿌리고, 어린 아이들은 책가방을 둘러메고 학교로 가고, 나는 오늘도 사진 찍으며 산다.


  내 삶을 둘러싼 것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절대적으로 객관적이지 못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시선은 오붓한 느낌에서부터 애처로움과 연민, 소소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 격정적이지 않은 감정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삶은 대단한 것들보다는 이러한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너무 흔하기 때문에 이것들이 우리들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의 카메라는 이러한 것들과 소통하는 안테나와 같다.


  눈부신 날에, 들판 가득히 때를 기다리는 것들의 재잘거림은 얼마나 시끄러운지 궁금하다. 졸린 눈을 부비며 칫솔을 물고 욕실로 향하는 아침과 어둑한 하늘을 쳐다보며 피곤한 어깨를 주무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들. 그리고 깨달아야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겠다.


  당분간은, 먼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나그네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는 수북한 동전들 같은 자잘한 이야기들을 만지며 농부가 씨를 뿌리듯,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듯 나는 카메라를 들고 내 생활의 들판에서 푸른 비늘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전시작품 중에서


덧글

  • 짜로씨 2008/05/02 09:03 # 답글

    전시일정이 궁금합니다..^^
  • 바람과산다 2008/05/02 16:26 # 답글

    궁금하신 부분 팜플렛 초안을 올려두었으니 그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