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 새들의 시체를 밟는 그 뭉클한 느낌

분명히 다음 사진작업에 도움이 되리라는 '순간적인 느낌'으로 다시 집어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촉감적인' 느낌이 먼저 와 닿는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거나 뛸 때의 서걱이는 모래의 느낌도 느낌이지만, 그 백사장 위에 널부러져 있는 '뭉클한' 새들의 시체를 밟으며 달려가는 그 느낌은 분명히 언제쯤이던가 나 또한 경험한 촉감이었다.

맨발에 밟힌 새들의 시체는 모래 속에 푹푹 박히고, 애써 그 느낌을 피하기 위해 조심히 걷다가는 나도 모르게 쏟구쳐 오르는 알 수 없는 기운에 '더 힘차게' 그것들을 밟고 다녔던 기억.

잊고 있었던,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촉감을 끌어올려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를 눈 앞에 끌고 와버리는 로맹 가리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오래된, 잊혀졌던 촉감의 기억을 며칠 동안 되살려 놓더니 지금은 하나의 시각적인 이미지들이 머리속에서 뭉쳐지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며칠을 더 머리속에서 굴리다가 그 가물가물거리는 이미지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일만 남았다.


덧글

  • 2008/01/18 23: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inside 2008/01/23 00:00 # 답글

    카테고리가 없는 방법도 있었군요.. 제목짓느라 시간걸렸는데..ㅎ
    새들은 왜 .. 그리 .. 혹 태안 다녀오셨나보군요..
  • 바람과산다 2008/01/24 18:43 # 답글

    태안을 다녀온건 아니고요. 다음 사진 작업을 위해서 구상중인게 있거든요. 여행이나 책, 빈둥거림 등으로 사진의 테마들을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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